전기저항이 사라지고, 강력한 자석으로 열차를 띄우며, 전력 손실까지 줄일 수 있다. 초전도체의 설명을 듣고 나면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이렇게 뛰어난 기술이라면 왜 우리 주변의 전선은 여전히 구리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질까?
초전도체는 이미 의료 장비와 일부 전력망에서 사용되고 있다. 초전도 자석은 MRI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이며, 국내에서도 초전도 케이블을 실제 전력망에 적용한 사례가 있다.
보급을 결정하는 것은 저항이 사라지는 성질을 현장에서 얼마나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다. 냉각과 제조, 설치와 유지보수까지 계산하면 초전도체의 장점이 크게 나타나는 곳과 기존 전선이 유리한 곳이 나뉜다.
1. 전기저항이 0이면 무엇이 달라질까?
일반적인 전선에서는 전류가 흐를 때 저항 때문에 에너지 일부가 열로 바뀐다. 전선이 뜨거워지는 현상이다. 같은 저항에서 전류가 커질수록 발열 부담도 커져, 많은 전력을 전달하려면 전선의 굵기와 냉각 조건 등을 고려해야 한다.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 아래에서 직류 전류에 대한 전기저항이 사라진다. 이 성질을 활용하면 도체의 저항에 따른 발열을 없애고 큰 전류를 흘릴 수 있다. 코일 형태로 만들면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자석에도 활용할 수 있다. MRI와 입자가속기 등에 초전도 자석이 쓰이는 이유다.
다만 실제 장비를 운영하려면 초전도 상태를 유지하는 설비가 필요하다. 또한 교류에서는 전류와 자기장이 변하면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도체의 직류 저항이 0이라는 특성과 전체 설비의 에너지 소비는 구분해서 계산해야 한다.
2. 널리 쓰기 어려운 이유: 냉각·제조·운영
계속 차갑게 유지하는 데 비용이 든다
초전도체가 제 성능을 내려면 재료와 용도에 맞는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냉각 장치, 단열 구조, 배관과 제어 장비가 필요하고, 냉각 장치를 움직이는 전력도 들어간다.
초전도 케이블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는 전선에서 줄어드는 손실과 냉각에 사용하는 전력을 함께 봐야 한다. 미국 에너지부 역시 초전도 송전 기술의 도입 과제로 냉각 시스템의 비용과 전력 소비, 운영 복잡성을 설명한다.
전력 손실이 작은 짧은 구간에 고가의 냉각 설비를 추가하는 경우와, 좁은 도심 구간에 대용량 전력을 보내야 하는 경우의 계산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긴 선재를 균일하게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고온초전도 선재인 REBCO는 희토류 원소를 포함한 구리산화물 계열의 재료다. 산업용 선재는 이를 얇은 테이프 형태로 가공해 사용한다.
제조사 SuperPower의 공정을 보면 금속 기판 위에 완충층과 초전도층을 형성하고, 은 보호층과 구리 안정화층 등을 추가한다. 제작 과정에서는 길이 전체의 전류 전달 성능도 검사한다.
작은 시료에서 좋은 성능을 확인한 뒤에도 산업용 선재를 생산하려면 긴 길이에 걸쳐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생산 속도와 수율, 가공성과 내구성까지 확보해야 공급 규모를 넓힐 수 있다.
온도뿐 아니라 전류와 자기장에도 한계가 있다
초전도체는 충분히 차가워도 전류나 자기장이 허용 범위를 넘으면 초전도 상태를 잃을 수 있다. 장비 설계에서는 이런 한계를 고려해 운전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
전력망에서는 냉각 설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의 대응과 복구 시간도 중요하다. 따라서 초전도 케이블을 도입하는 사업자는 설치비뿐 아니라 장기 운영비, 정비와 고장 대응까지 비교하게 된다.
3. LK-99 이후, 상온 초전도체는 어떻게 됐나?
2023년 LK-99는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는 주장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진행된 재현 연구에서는 순도 높은 단결정이 절연체 특성을 보였으며, 해당 시료의 초전도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상온 초전도체를 찾는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2026년 3월 휴스턴대 연구진은 수은계 구리산화물에 고압 처리를 한 뒤 압력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상압에서 151K, 약 영하 122℃의 초전도 전이온도를 보고했다. 전이온도는 재료가 초전도 상태로 바뀌는 온도를 뜻한다.
이 결과를 이해하려면 온도와 압력을 나누어 봐야 한다.
| 표현 | 의미 |
|---|---|
| 상온 초전도체 | 일상적인 실내 온도 수준에서 초전도성을 보이는 재료 |
| 상압 초전도체 | 높은 압력을 계속 가하지 않아도 초전도성을 보이는 재료 |
| 고온초전도체 | 기존 저온초전도체보다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계열. 현재 산업용 고온초전도체도 냉각이 필요함 |
151K 연구는 압력을 제거한 뒤에도 높아진 전이온도를 유지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다만 영하 122℃는 여전히 냉각이 필요한 온도이며,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연구 목표로 남아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런 신소재 연구와 함께, 이미 확보한 초전도 재료를 활용해 실용적인 장비를 만드는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4. AI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적용처로 떠오르는 이유
초전도 케이블의 가치는 전력 손실 절감과 함께 한정된 공간으로 얼마나 많은 전력을 전달할 수 있는가에서도 나타난다.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늘리려면 외부 전력망에서 건물까지, 다시 건물 안의 장비까지 전력을 보내는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 초전도 기술 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케이블과 전력설비가 차지하는 공간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VEIR는 2025년 11월 모의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단일 저전압 초전도 케이블로 3MW의 전력을 전달하는 실증을 발표했다. 케이블의 높은 전력 전달 밀도를 데이터센터 환경에 적용하려는 시험이다.
국내에서는 LS전선이 2026년 9월 1일 AI 데이터센터 협력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변전소에서 데이터센터까지 초전도 시스템으로 대용량 전력을 보내 신규 변전소 건설과 설치 공간의 부담을 줄이는 구상이다. 발표된 단계는 공동사업 협력과 프로젝트 발굴이다.
국내 전력망에 적용한 경험도 있다. LS전선은 2019년 경기도 용인 흥덕–신갈 변전소 구간에서 초전도 케이블을 상용화했다.
이 사례들을 종합하면 초전도 케이블의 경제성을 판단하는 범위가 보인다. 냉각과 선재에 추가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송전 용량을 늘리면서 부지·관로·전력설비의 부담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면 도입을 검토할 이유가 생긴다.
실제 경쟁력은 각 현장의 기존 설비, 필요한 전력, 거리와 공간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5. 핵융합은 왜 ‘고온초전도체’를 극저온으로 식힐까?
핵융합 장치에서는 초전도체의 강한 자기장을 활용한다. 토카막 방식의 장치는 도넛 모양의 공간에서 고온의 플라스마를 자기장으로 가두고 제어한다. 플라스마는 원자에서 전자가 분리돼 전하를 띤 입자들이 움직이는 상태다.
미국 Commonwealth Fusion Systems(CFS)는 고온초전도 자석을 활용하는 SPARC를 건설하고 있다. 회사는 2025년 12월 첫 SPARC용 토로이달 자석을 자체 공장에서 같은 부지의 SPARC 건설 현장으로 옮겼으며, 이를 2026년 1월 6일 발표했다. 토로이달 자석은 도넛형 장치의 둘레에 배치해 플라스마를 가두는 자기장을 만드는 자석이다. 더 작고 강력한 자석으로 장치를 소형화하는 것이 개발 방향이다.
같은 해 9월 16일에는 냉각 시스템을 8K, 약 영하 265℃까지 가동하는 시험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고온초전도체’라는 이름과 비교하면 의외로 낮은 온도다.
CFS의 설명에 따르면 더 낮은 온도에서는 초전도 자석이 강한 자기장과 큰 전류를 견디는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 SPARC는 토로이달 자석을 8K에서 운전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이 사례는 초전도체의 산업적 가치를 잘 보여준다. 냉각에 상당한 설비와 비용을 투입하더라도, 그 결과 얻는 자기장 성능과 장치 크기의 이점이 크다면 활용 가치가 생긴다. SPARC에서는 이를 구현하기 위한 자석 제작과 냉각·지원 시스템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6. 앞으로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초전도체의 진전을 살펴볼 때는 작동 온도와 함께 다음 네 가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실제 사용처: 시험 설비를 넘어 고객의 전력망이나 장비에 적용되는가.
- 전체 비용: 선재·냉각·설치·유지보수를 합친 비용이 기존 방식과 비교해 유리한가.
- 장기 운전: 필요한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장애 발생 후 복구할 수 있는가.
- 생산 규모: 긴 선재를 균일한 품질로 생산하고 반복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
📝 Editor’s Comment | Perspective
현재 사례들을 연결하면, 초전도체는 공간과 성능의 제약이 큰 현장에서 적용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제한된 공간에 많은 전력을 전달하는 능력이, 핵융합에서는 강력한 자기장을 작은 장치에 구현하는 능력이 냉각 비용을 감수할 이유가 된다.
따라서 산업의 진전을 판단할 때는 새로운 재료의 작동 온도와 함께 고객이 초전도 기술을 선택하는 이유를 살펴야 한다. 냉각 효율과 선재 생산성이 개선되고 장기 운전 경험이 쌓이면, 경제성이 성립하는 사용처도 넓어질 수 있다.
초전도체가 널리 쓰이려면 ‘저항 0’을 유지하는 비용보다 그 상태에서 얻는 이점이 커져야 한다. KSL은 실제 사용처에서 이 계산이 유리해지는지를 산업 확대의 핵심 기준으로 본다.
📢 면책 조항 및 출처 안내
출처: 아래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자료 확인일은 2026년 9월 24일입니다.
- 미국 에너지부(DOE), 「DOE Explains…Superconductivity」, 원문, 발표일 미표기.
- 미국 에너지부(DOE), 「Advanced Transmission Technologies」, 원문, 2020년 12월.
- Linh N. Nguyen 외, 「Understanding and minimizing ac losses in CORC cables of YBCO superconducting tapes」, 원문, 2023년 6월 7일.
- SuperPower, 「Our Technology」, 원문, 발표일 미표기.
- P. Puphal 외, 「Single crystal synthesis, structure, and magnetism of Pb₁₀₋ₓCuₓ(PO₄)₆O」, 원문, 2023년 8월 11일 공개·8월 23일 수정.
- 휴스턴대학교, 「University of Houston Physicists Break Superconductivity Temperature Record」, 원문, 2026년 3월 10일.
- VEIR, 「VEIR Successfully Demonstrates 3-Megawatt Superconducting Power Delivery for AI Data Centers, Eliminating Critical Growth Bottleneck」, 원문, 2025년 11월 12일.
- LS전선, 「LS전선, 초전도로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공략…AIDC 협력체 합류」, 원문, 2026년 9월 1일.
- LS전선, 「LS에코에너지, 베트남 초전도 케이블 사업 추진」, 원문, 2024년 4월 2일.
- Commonwealth Fusion Systems, 「CFS delivers its first fusion magnet — a stronger, smaller design」, 원문, 2026년 1월 6일.
- Commonwealth Fusion Systems, 「Cryogenics: How we’ll make our fusion machine magnets colder than Pluto」, 원문, 2026년 9월 16일.
기업의 실증 결과와 사업 추진 현황은 해당 기업의 공식 발표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에디터 코멘트는 본문에 제시한 공개 자료를 연결한 KSL의 해석입니다.
투자 위험 경고: 이 글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KSL이 사실관계와 쟁점을 정리한 정보 제공용 포커스입니다. 본문에 언급된 기업·기관의 계획과 전망은 발표 당시의 판단으로, 실제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특정 증권의 매수·매도를 권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투자 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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